지난주 휴전 기사가 뜨는 순간, 제가 보유하던 종목 일부가 상한가를 쳤습니다. 기쁜 마음도 잠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고 결국 일부는 너무 일찍 팔아버렸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보신 분이라면 지금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쟁이 터지면 증시는 어디로 가나 — 과거 데이터가 말하는 패턴
직접 겪어보니 전쟁 뉴스가 터지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공포입니다. 포트폴리오가 빨갛게 물드는 걸 보면서 손절해야 하나, 버텨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죠.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공포의 순간이 오히려 기회였던 경우가 반복됩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유가는 두 달 만에 두 배 넘게 상승했고, S&P 500 지수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여기서 S&P 500 지수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대형 기업의 주가를 종합한 지표로, 미국 증시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그런데 종전 선언 이후 6개월 동안 이 지수는 약 18% 상승했습니다.
2003년 이라크전도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바그다드 함락 이후 나스닥은 30% 넘게 뛰었고, 그 상승을 이끈 건 항공·여행·기술주였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종전 직후 가장 먼저 반등한 섹터가 방산주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무기 수요 기대가 꺾이면서 방산주는 오히려 힘을 잃고, 전쟁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눌렸던 항공·소비재·기술주가 뛰어오르는 구조가 반복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기에는 에너지주가 급등했지만 이후 2년간 시장을 이끈 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였습니다. 엔비디아는 2년 연속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성장이 뒷받침된 결과였습니다.
전쟁 국면별 자금 이동 패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쟁 발발 초기: 공포 회피 자금이 방산, 에너지, 금으로 집중
- 전쟁 장기화 구간: 에너지 고점 논쟁, 기술주 및 소비재 저점 형성
- 종전 선언 이후: 항공, 여행, 소비재, 기술 성장주로 자금 대이동
이 패턴을 모르면 지금 방산주를 쫓아 들어가는 실수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미 많이 오른 섹터에 뒤늦게 탑승했다가 고점에 물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이번 전쟁의 핵심 변수 —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는 날
이번 이란-미국 갈등이 과거 전쟁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약 55km 너비의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에너지 물류의 핵심 통로입니다.
현재 이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입니다. 평시 선박 통행의 95%가 차단됐고, 발이 묶인 선박만 3,200척에 달합니다. 매일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공급이 끊긴 셈이죠.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전문 분석 기관인 S&P Global Commodity Insights에 따르면 호르무즈 봉쇄가 지속될 경우 유가의 구조적 급등과 물류 비용 증가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출처: S&P Global).
그렇다면 반대로, 이 해협이 열리는 순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선박 운항 재개 → 유가 하락 → 물가 안정 →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부활 → 성장주 밸류에이션 재평가. 이 도미노 반응이 한꺼번에 터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밸류에이션(Valuation)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쉽게 말해 금리가 내려가면 성장주는 더 비싸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예상 밖이라고 느꼈던 부분입니다. 지난주 휴전 기사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 증시가 폭등했는데, 그 이후 트럼프와 이란의 갈등이 다시 이어지자 저는 "이러면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시장은 크게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최종 종전에 베팅하면서 저점에서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포에 매수한다는 걸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으니까요.
미국 노동통계국(BLS) 발표에 따르면 3월 비농업 고용은 17만 8천 개 증가하여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습니다(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이는 전쟁 리스크 속에서도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살아있다는 신호로, 경기 침체 없이 종전이 이뤄진다면 반등 폭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종전 이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 대체 불가능한 기업을 찾아라
이 시점에서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종전이 선언되면 어떤 종목이 오르고, 어떤 종목은 제자리일까." 같은 항공주인데도 어떤 건 고점을 뚫고 어떤 건 멈춰 버리는 이유가 뭘까요.
결국 그 기준은 "대체 가능한 기업이냐,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냐"로 나뉠 수 있습니다. 단순 저가 항공사는 경쟁사가 수두룩하고 소비자는 언제든 다른 항공사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잉 같은 기업은 항공기 제조와 정비 생태계의 핵심이라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같은 논리가 빅테크에도 적용됩니다. 엔비디아의 쿠다(CUDA)는 전 세계 400만 명 이상의 AI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병렬 컴퓨팅 플랫폼입니다. CUDA란 엔비디아 GPU에서 복잡한 연산을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한번 이 환경에서 개발을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비용이 너무 커서 사실상 이탈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 주가가 20% 가까이 빠져도 개발자 커뮤니티는 떠나지 않고, 그게 주가의 저점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힘이 됩니다.
팔란티어의 고담(Gotham)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담이란 CIA, FBI, 국방부 등 미국 정보·군사 기관이 사용하는 데이터 통합 분석 시스템으로, 기관의 모든 데이터가 이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순간 분석 결과 자체가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국방 예산이 늘수록 팔란티어의 수혜도 커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27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44% 늘어난 1.5조 달러로 편성했으며, 그 핵심은 단순 무기 구매가 아닌 AI 기반 전장 의사결정 시스템 투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종전 이후 주목할 만한 섹터와 접근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공·여행·크루즈: 유가 하락 직접 수혜, JETS ETF로 분산 접근 가능
- 빅테크 성장주: 엔비디아·팔란티어 등 대체 불가능 플랫폼 보유 기업 중심, MAGS·FNGS ETF 활용 가능
- 재건 인프라: 이란 에너지 플랜트·통신·건설 분야 중장기 수혜, IGF ETF 참고 (유틸리티 40%, 산업 37%, 에너지 22% 비중)
개인적으로는 저와 같은 지수 투자자라면 이전과 같이 나스닥100이나 S&P 500 적립식 매수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개별 종목 투자자라면 전쟁이 장기화될 때 해당 기업이 받는 영향을 먼저 따져보고 추가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마이너스 구간이 길어지면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멘탈이 흔들리거든요. 그 부분만큼은 제가 몸으로 배운 교훈입니다.
결국 전쟁은 끝납니다. 역사 속 모든 전쟁이 그랬고, 끝난 이후에는 항상 새로운 주도 섹터가 등장했습니다. 지금 이 구간이 손실 구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방향을 알고 준비하는 투자자에게는 다음 기차의 탑승 기회일 수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생태계를 가진 기업을 지금 저렴하게 담아가는 길이 결국 성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