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테크 공부를 막 시작하던 시절, 저는 늘 한 가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은 오르고, 주식이 오를 때 채권은 내린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과 채권을 6대 4 비율로 섞어두었습니다. 큰 위기가 와도 한쪽이 다른 쪽을 받쳐줄 거라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도 같이 떨어지고, 주식이 오를 때도 채권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거든요.
주식과 채권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
3월 전쟁 발발 이후 시장은 지금까지 보기 드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모습이었죠. 여기서 말하는 채권 하락이란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국채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그 결과 금리(채권 수익률)는 반대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직접 보면 2022년 약세장이 떠오르는데요. 당시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연준(Fed)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주식과 채권이 함께 무너졌었죠.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점은 유가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는 것입니다(출처: 한국은행).
특히 2년물 국채 금리가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2년물 금리는 연준의 정책 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입니다. 전쟁 이후 2년물 금리가 3.76%까지 치솟았다는 건 시장이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늦게 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금리 인하가 단 한 번(25bp)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존 예상이었던 두 번 인하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무브지수(MOVE Index)라는 지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브지수란 미국 국채 옵션 시장에서 금리 변동성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주식 시장의 VIX(변동성 지수)와 비슷한 개념이죠. 3월 13일 무브지수는 91.17까지 올라 작년 4월 관세 충격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시장의 금리 변동성이 커질 거라는 뜻이고,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채권 시장이 흔들리면 왜 문제일까요? 채권은 모든 자산의 할인율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미래 현금 흐름을 '얼마나 깎아서' 계산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바로 채권 금리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금리가 계속 흔들리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불안정해지고, 이는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 확대로 이어집니다.
신용스프레드 확대가 주는 경고
신용스프레드란 기업이 국채 금리보다 얼마나 더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국채 금리가 4%인데 어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5%의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면, 신용스프레드는 1%p가 되는 것이죠. 이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 기업을 더 위험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의 리치 프리보로치키는 "지금 가장 중요한 지표는 회사채 시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회사채 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반등하는 와중에도 신용스프레드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입니다. 이는 증시 하락 속도보다 신용 시장 악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이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니 채권형 ETF의 수익률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더군요. 주식이 떨어질 때 방어막 역할을 해줄 거라 기대했던 채권이 오히려 같이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적인 6대 4 포트폴리오 전략이 지금 시기에 과연 유효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신용스프레드가 안정되지 않는 한 증시 반등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경고합니다.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진다는 것은 시장에서 유동성이 빡빡하고, 기업들이 사업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국채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헤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회사채 유동성도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현재 시장은 두 가지 시나리오 사이에서 줄다리기 중입니다. 첫 번째는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시나리오입니다. 유가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물가가 다시 오르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심지어 다시 올릴 수도 있다는 우려죠. 두 번째는 수요 파괴 시나리오입니다. 유가가 너무 오래 높게 유지되면 소비가 꺾이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월가 전문가들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시장 지표와 소매판매 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유가가 겹치면, 성장 둔화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 커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TS 롬바드는 역사적으로 볼 때 1974년, 1981년, 2001년, 2008년 등 주요 경기 침체 이전에 항상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요 파괴와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번 주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결정 주간입니다. 연준(Fed),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회의를 엽니다. 연준이 경제전망과 점도표(Dot Plot)를 업데이트할 때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파월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만약 연준이 "공급망 충격에는 금리로 대응할 수 없다"는 교과서적 답변을 반복한다면, 시장의 금리 인상 우려는 다소 진정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경제 지표를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시장 움직임을 꾸준히 관찰하고, 무브지수나 신용스프레드 같은 지표 변화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용어가 어렵고 낯설지만, 이런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점차 시장을 읽는 눈이 생깁니다. 저 역시 초보 시절에는 이런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계속 접하다 보니 어느새 제 투자 판단에 정말 조금은 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경제 관련 전문가 분석과 주요 지표들을 정리해서 공유할 예정입니다. 하루 하나씩이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시장을 보는 안목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오늘은 채권 시장과 신용스프레드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고, 제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