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이란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사실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코스피가 강하게 오르고 있는데, 달력을 보면 휴전 종료가 7일 앞이라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지수는 축제 분위기인데 매수 버튼을 선뜻 누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냉정하게 돈의 흐름과 실적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가가 전쟁보다 실적에 먼저 반응하는 이유
외국인이 5,774억 원, 기관이 1조 374억 원을 순매수한 날,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은 1조 8,162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장을 보면서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겁니다. 이 수치를 처음 보고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떻게 전쟁 리스크를 앞에 두고 이렇게 대규모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 답은 어닝 시즌(Earning Season)에 있었습니다. 어닝 시즌이란 기업들이 분기별 실적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지금 이 시기가 딱 그 시즌입니다. JP Morgan부터 시작해 Citigroup, Wells Fargo, Bank of America, Morgan Stanley까지 이번 주 안에 미국 6대 은행이 모두 실적 카드를 공개하고, 다음 주에는 Tesla, SK하이닉스, 그다음 주에는 Meta, Amazon, Alphabet, Microsoft가 줄줄이 성적표를 냅니다.
팩트셋(FactSet) 기준으로 S&P 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12.6%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보통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잡아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발표 때는 19%까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S&P 500의 10년 평균 이익 성장률이 8.6%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전망치는 그 두 배 수준입니다(출처: FactSet).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보자면, 블랙록(BlackRock)이 직접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직전 S&P 500 성장 전망치가 12.7%였는데, 4월 10일 기준으로는 오히려 13.9%로 올라갔습니다. 전쟁 중에 이익 전망이 상향된 겁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를 근거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공식 변경했습니다. (출처: 블랙록 공식 사이트)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주가가 실제 이익 대비 얼마나 비싸거나 싼 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S&P 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이 작년 10월 23배에서 현재 19배로 내려왔다는 건, 주가가 이익 대비 싸졌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기술 섹터의 2026년 이익 성장률 전망은 43%로, 작년 26%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가격은 내려갔는데 돈은 더 번다는 이 구조가 지금 월가가 움직이는 핵심 이유입니다.
JP Morgan CEO 제이미 다이먼은 인플레이션을 "파티의 스컹크"라고 표현하면서 입으로는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실제로는 2026년 기술 투자에 198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주주 서한에서 밝혔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CEO의 말과 돈이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 어디를 따라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안전을 지향하는 투자자가 지금 준비해야 할 포트폴리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악의 경우를 먼저 계산해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이게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입니다. FOMO란 다들 수익을 내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과 조급함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 감정이 가장 큰 투자 실수로 이어졌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시장에서도 두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빅테크에 모든 비중을 싣는 건 제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세상에 상장된 주식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오를 종목을 정확히 골라내는 건 저에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 종목으로 큰돈을 번 분들이 있다면 그냥 인정하면 됩니다. 저는 그걸 못하거든요.
지금 시장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번 주 JP Morgan 실적 및 제이미 다이먼의 가이던스 코멘트 (순이자 수익 전망 상향 여부)
- 4월 21일 미국-이란 휴전 종료 전후 협상 연장 여부 및 트럼프 행보
- 4월 23일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 (컨센서스 3조 8,548억 원, 전년 대비 418% 성장 전망)
- 4월 28~29일 Meta, Amazon, Alphabet, Microsoft의 AI 투자 가이던스 유지 또는 상향 여부
SK하이닉스의 경우, 관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10일까지 단 10일간 반도체 수출이 8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2.5%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대 수치입니다. 외국인 자금도 3월에 27조 원을 빼갔다가 4월 들어 이미 9조 원 가까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모두가 "종전일 것이다, 우상향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저는 지금 시장의 흐름이 종전에 너무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신경 쓰입니다. 현재 월가의 주요 기관들이 하나같이 협상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예측이 100% 맞은 적은 없습니다. 만약 4월 21일에 휴전이 연장되지 않고 전쟁이 재개될 경우 유가가 110달러 이상으로 오르고,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전 세계 석유 수송의 20%가 물리적으로 차단됩니다.
이런 리스크를 헷지(Hedge)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헷지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반대 방향의 자산에도 일부 분산해 두는 전략을 말합니다. 빅테크 비중을 줄이고, 전쟁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수혜를 받는 에너지 기업이나 방산 섹터에 일부를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채권, 원자재, 달러 자산까지 포함한 진짜 의미의 분산투자를 해두면, 어떤 시나리오가 오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전쟁이 지속될 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섹터와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볼 예정입니다.
지금 시장은 분명히 강합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냉정함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저는 반대편 리스크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종전 기대에 올라타는 것도 전략이지만, 올라타기 전에 내릴 곳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더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중 관리와 분산투자,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도 버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으로 하시길 바랍니다.